
"호재는 상승, 악재는 하락"이라는 공식의 배신
주식을 초반에 배울 때 우리가 믿는 공식은 참 단순합니다. "좋은 소식(호재)이 들리면 주가가 오르고, 나쁜 소식(악재)이 들리면 주가는 떨어진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죠. 실적이 잘 나왔다거나 큰 계약을 따냈다는 뉴스가 나오면 당연히 주가창이 빨간색으로 물들 거라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더군요. 같은 뉴스라도 어떤 회사에는 축복이 되지만, 어떤 회사에는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거나 오히려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팬데믹 상황은 항공사에게는 치명적인 '악재'였지만, 택배나 백신 회사에게는 엄청난 '호재'였던 것처럼 말이죠. "호재니까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은 시장에서 가장 먼저 깨지는 환상 중 하나입니다.
어닝 서프라이즈인데 주가는 왜 빠질까?
주식 초보 시절, 저는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가 당황했던 적이 참 많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어닝 서프라이즈' 기사를 보고 큰맘 먹고 들어갔는데, 정작 주가는 다음 날부터 힘없이 미끄러지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은 시장이 이미 그 실적을 '선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좋은 실적을 예상하고 미리 샀고, 정작 뉴스가 떴을 때는 "이제 먹을 만큼 먹었다"며 수익을 실현하고 떠나버린 것이죠.
반대로 유상증자 같은 악재 뉴스가 떴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기이한 현상도 겪었습니다. 알고 보니 시장은 그 돈으로 회사가 새로운 공장을 짓고 더 크게 성장할 '준비물'을 챙겼다고 해석한 것이죠. 결국 중요한 건 뉴스 그 자체가 아니라, 시장이 그 뉴스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였습니다.
대가들에게 배운 "악재를 대하는 자세"
혼란스러울 때 저를 잡아준 건 거장들의 조언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나쁜 뉴스는 투자자의 가장 친한 친구다. 미래를 싸게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터 린치 역시 하락장을 예측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잃는다고 경고했죠.
그들의 말처럼, 모두가 공포에 질려 '악재'라고 소리칠 때가 오히려 기업의 본질을 싸게 살 기회일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모두가 환호하는 '호재'의 정점이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주가 그래프는 사람들의 심리가 만들어내는 파도와 같아서, 뉴스의 내용보다 그 이면의 에너지를 읽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이제는 뉴스가 아닌 '본질'을 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저는 이제 뉴스를 볼 때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 이미 반영된 뉴스인가: 기사가 나오기 전에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면, "재료가 다 소모됐구나"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둡니다.
- 누구에게 유리한 뉴스인가: 단기 투자자에게는 악재여도, 장기 투자자인 저에게는 싼 가격에 수량을 늘릴 호재일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 기업의 체력(펀더멘털)은 그대로인가: 뉴스 한 줄에 회사가 가진 기술력이나 시장 지위가 변하지 않는다면,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믿습니다.
이제 저는 뉴스 제목만 보고 흥분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호재라는 달콤한 단어 뒤에는 세력들의 '차익 실현'이라는 함정이 있을 수 있고, 악재라는 무서운 단어 뒤에는 '저가 매수'라는 기회가 숨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버핏의 말처럼 "남들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탐욕을 부리고,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공포를 느끼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숫자가 아닌 기업의 가치를 읽으려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