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종가는 무엇이고, 언제 의미가 생기는 가격인가
처음 차트를 봤을 때 온통 녹색과 빨간 막대뿐이었다. “시가와 종가를 보면 하루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봤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 막막했다. 시가(始價)는 거래일에 처음 체결된 가격이다. 반대로 종가(終價)는 정규 거래시간이 끝날 때 마지막으로 체결된 가격이며, 그날 시장 참여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선택한 값이다.
왜 이 두 가격이 “기준”으로 자주 거론될까? 밤새 나온 뉴스와 심리가 시가에 반영되고, 하루 종일 이어진 매매가 종가에서 결산된다. 시가가 전일 종가보다 높게 열리면 간밤에 무언가 긍정적인 무언가가 있었음을 뜻하고, 낮게 열리면 반대다. 종가는 하루의 이야기 전체를 요약하는 숫자다. 금융 미디어가 “다우지수가 100포인트 상승했다”고 말할 때 기준이 되는 것도 전일 종가와 당일 종가의 차이이며, 상장지수펀드나 뮤추얼 펀드의 순자산가치(NAV)도 보유 종목들의 종가를 바탕으로 계산된다.
개인 투자자로서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첫 가격’과 ‘마지막 가격’이라는 정의만 읽고 넘어갔다. 하지만 실제로 매매를 해보니 시가가 전날 종가보다 높거나 낮게 뛰었고, 오전의 급등만 보고 샀다가 오후에 종가가 내려가는 경험도 했다. 어느 날은 10시만 넘으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방향성이 굳어져 더 이상 들어갈 타이밍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부 데이 트레이더들이 “10 a.m. 룰”이라 불리는 경험칙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즉, 시가가 하루의 분위기를 정하지만, 종가가 그 날의 승패를 판가름한다는 걸 몸으로 배우게 된다.
고가·저가는 왜 항상 기준이 되지 않는가
캔들차트에는 종종 기다란 꼬리가 달린다. 누군가는 그 꼬리 끝을 고가, 저가로 부르고 그 지점을 돌파하거나 이탈하면 중요한 일이 일어날 거라 말한다. 개념은 간단하다. 고가(高價)는 해당 거래일 중 가장 높았던 가격이고, 저가(低價)는 가장 낮았던 가격이다. 하지만 고가·저가는 그날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의미할 뿐, 항상 믿을만한 기준은 아니다.
왜일까? 첫째, 많은 초보 투자자가 고가 돌파에 집착하지만, 고가가 형성되는 순간은 단 몇 초일 때가 많다. 장중에 큰 주문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가격이 솟구쳤다가 다시 내려오기도 하고, 알고리즘 주문이 스친 흔적에 불과할 때도 있다. 실제로 고가와 저가는 시장의 저항과 지지선으로 작용하지만, 가격이 가까워질수록 마치 천장과 바닥에 부딪히듯 움직임이 둔해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장중 변동성이 크면 고가와 저가 사이의 범위가 넓어지는데, 중간 흐름을 놓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저가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오히려 시장의 노이즈에 휘둘릴 수 있는 것 같다.
처음 매매를 할 때는 그래도 저 가격에 오면 한 번 더 사보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막상 접하면 미끄러져버리는 일이 잦았다. 어떤 날은 고가에 걸쳐있던 지점이 오후에 가볍게 뚫리더니 금세 되돌아왔고, 또 어떤 날은 저가를 살짝 깨고 나서 바로 반등해 버렸다. 이런 경험을 겪고 나서야 “고가·저가가 의미 있긴 하지만, ‘그날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래서 어떤 기준으로 보는 게 좋을까
시장에는 다양한 투자자들이 존재하고, 그만큼 기준도 다양하다. 일단 많은 프로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이 종가를 더 중시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선물 브로커 NinjaTrader의 블로그에서도 “세션의 고가·저가보다 오프닝과 클로징 가격이 더 중요한 기준이며, 인트라데이 가격 변동은 ‘노이즈’로 여겨지고 많은 거래자들이 종가에 더 의존한다”고 강조한다. 같은 글에서 종가가 트레이더의 신뢰와 시장의 강약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으며, 장 막판에 매수세가 몰려 종가가 고가 근처에서 형성되면 낙관적 신호로, 반대로 끝내 하락하면서 마감하면 약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새로운 장중 고가가 나오는 것보다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인트라데이 저점도 종가 이전에 회복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유명한 데이 트레이더들은 시가와 종가를 기준으로 다양한 전략을 세운다. 예를 들어, 전일 종가와 당일 시가의 갭을 채우는 전략이나, 하루가 시작된 후 한두 시간 내에 나오는 추세를 따라가는 전략 등이 있다. 또 다른 관행은 종가 기준 매매다. 많은 중장기 투자자들은 장중의 움직임보다는 종가가 지지선 위에서 마감했는지를 보고 매매 결정을 내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종가는 포트폴리오 평가, 차트 분석, 지수 산출에 사용되는 공식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LinkedIn의 한 칼럼도 종가가 투자자와 트레이더에게 가장 중요한 가격이며, 집합적 의견을 반영하고 추세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종가만 보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기적인 매매 기회를 찾는 데이트레이더는 시가 이후 빠른 변동을 활용하기도 하고, 스윙투자자는 몇 개일 종가 흐름을 관찰하며 트렌드 전환을 노린다. 또 어떤 투자자들은 장중 고가 돌파나 저가 이탈에 조건을 더해 거래한다. 핵심은 남의 기준을 무작정 따라 하지 말고, 자신의 생활 패턴과 투자 스타일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직장인이면서 투자를 병행하는 나에게는 점심시간과 장 마감 직전에만 차트를 볼 수 있었기에, 전일 종가와 당일 시가의 갭, 종가가 주요 지지선 위에서 끝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점은, 어느 기준도 영원한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트보다 먼저 정해야 할 건 자기 기준이다. 시가와 종가가 말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고가와 저가가 만드는 울퉁불퉁한 길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타이밍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처음에는 헷갈리더라도,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내가 왜 헷갈렸는지 알겠다”는 순간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