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결량과 거래량 – 실제로 같은 말인가?
주식 창을 처음 열었을 때 거래량과 체결량이 따로 표시되는 걸 보고 갸웃했다. 거래량은 하루 동안 얼마나 사고팔았는지를 말하며, 일정 기간 동안 매수와 매도된 주식의 총 개수이다. 영어로 volume이라고 하는 이 지표는 거래된 총 주식을 세어 보여준다. 실제로 매매된 주식의 양을 모두 더하니 매수, 매도 따로 나눌 필요가 없다. 그래서 투자 책에서는 "거래량은 하루 동안 발생한 주식 수를 계산하면 된다"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체결량이라는 항목도 있다. 체결량은 말 그대로 거래가 체결된 주식의 개수를 의미한다. 순간 ‘이 두 숫자가 다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만 헷갈렸던 게 아닌지, 다른 투자자들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많은 증권사 자료에서 체결량은 거래량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한다. 거래가 되지 않은 주문까지 포함하는 게 아니라 실제 매매가 체결된 분량만을 세기 때문이다. 결국 숫자는 비슷하게 흘러간다. 그러니 단순히 “체결량과 거래량은 다른 지표”라고 외워둘 필요는 없다. 이름이 달라서 헷갈렸을 뿐, 둘 다 실제로 사고판 주식의 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초보 투자자 때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날인데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을 때, ‘거래량이 많다는데 왜 주가가 그대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수와 매도의 힘이 비슷하면 거래가 활발해도 주가가 횡보할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반대로 거래량은 적은데 체결강도가 높게 표시되면 무조건 좋은 신호로 착각했다. 실제로는 매도 물량이 잠겨 있고 매수를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매매 화면을 보면 거래량은 차트 아래 막대 그래프로 나타난다. 초록색이나 빨간색 막대가 높게 솟아 있으면 그 시점에 거래가 많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반대로 체결량은 호가창 옆에 실시간으로 뜨는 체결 리스트에서 볼 수 있다. 빨간색(매수 체결)과 파란색(매도 체결) 숫자가 번갈아 바뀌며 얼마나 빠르게 주식이 팔리고 사이는지 알려 준다. 처음엔 그 두 숫자가 왜 따로 있는지 몰랐지만, 차트의 거래량 막대가 하루나 분봉 단위로 누적된 값이라면 체결량은 순간순간 거래가 체결될 때마다 증가한다는 걸 이해하고부터는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체결량과 거래량은 결국 같은 흐름을 설명하는 도구다. 이름이 다른 이유는 보는 화면과 시간 단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봉 차트에서는 거래량 막대를 통해 '오늘 시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파악하고, 호가창에서는 실시간 체결량과 체결강도를 통해 '지금 이 순간 누가 더 공격적인지'를 보는 것이다. 둘을 혼동하면 의미를 잃어버린다.
체결강도와 체결량, 화면에 보이는 비밀스러운 싸움
체결량을 보면 매수와 매도 사이의 힘겨루기까지 볼 수 있다. 많은 트레이더들이 사용하는 지표 중 하나가 체결강도다. 체결강도는 매수 체결량을 매도 체결량으로 나눈 비율에 100을 곱한 값이다. 100%를 넘으면 현재 가격을 더 높여서라도 사려는 힘이 강하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로 팔려는 힘이 강하다는 의미다. ‘지금 누가 더 급한가?’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체결강도가 150%면 무조건 주가가 오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이것이 단지 현재 호가대에서의 힘의 균형일 뿐이고, 시장 전체의 수급이나 회사의 펀더멘털을 고려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실제 매매 화면에서는 체결강도가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실시간 표시된다. 체결량과 함께 보면 매수 체결량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거래량 막대는 작거나, 반대로 거래량은 많은데 체결강도가 낮을 때도 있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데 체결강도가 높은 상황을 종종 보는데, 이는 팔려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소량의 물량이라도 누군가 적극적으로 사 간다는 신호다. 주가가 바닥을 다질 때나 숏 스퀴즈 직전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는데, 당장 진입해야 한다고 단정짓기보다는 ‘왜 이렇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계기로 삼는다.
유명한 기술적 분석가 조셉 그랜빌은 “거래량이 급증하지만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곧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는 원리를 강조했다. 이 말 속에는 체결량과 체결강도를 함께 보는 이유가 숨어 있다. 단순한 가격 움직임만으로는 숨은 힘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거래량과 체결 정보를 함께 봐야 진짜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체결량은 거래량의 세밀한 확대판이고, 체결강도는 그 확대판에서 방향을 추정하는 나침반 같다.
거래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하지만 맹신은 금물
많은 투자 격언이 거래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국 증권사 찰스 슈왑은 “거래량은 일정 기간 동안 거래된 주식의 수를 측정하는 지표”라며, 가격 추세를 확인할 때 거래량이 높아야 움직임의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한다. 높은 거래량은 시장 참여자들이 그 방향에 진심이라는 뜻이고, 낮은 거래량에서 나타난 가격 움직임은 지속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이런 말을 곱씹는다. 가격이 올라갈 때 거래량이 줄어들면 ‘찬물이 끼얹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가격이 하락할 때 거래량이 늘어나면 ‘매도세가 강한가 보다’ 하고 경계한다.
처음 차트를 배울 때는 “거래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한 발 떨어져서 본다. 때때로 외국인이나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가 거래량을 왜곡하기도 하고, 장중 뉴스나 공시로 인해 일시적인 거래량 급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체결량과 체결강도, 호가창의 변화, 거래대금까지 함께 본다.
실제로 주가 차트 아래 표시된 거래량 막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에서 말한 체결량과 실시간 체결 리스트는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힘겨루기를 보여주고, 주문 장부의 매수·매도 잔량은 향후 움직임을 암시한다. 체결량이 적은데 체결강도가 높다면 누군가 급하게 사들이는 것이고, 거래량이 폭발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매도 폭탄이 터진 것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읽으려면 경험도 중요하고, 여러 지표를 함께 보며 본인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석하나? 높은 거래량 속에서 가격이 강하게 상승하면 ‘여러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거래량이 급증하는데 가격이 지지선을 깨면 ‘누군가가 큰 물량을 던지고 있다’고 의심한다. 체결강도가 150%를 넘더라도 거래량이 너무 적으면 함정일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체결량과 거래량은 시장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창이지만, 절대적인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의 투자 원칙과 리스크 관리가 함께 따라야 한다.